장애등급 판정에 있어 의사들의 재량권으로 인해 등급 판정에 부당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유아의 경우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는 조건으로 해당 병원을 1년간 다니라는 요구하면서 의료보험 혜택이 되지 않는 언어치료, 놀이치료 등을 권해 부모 부담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를 접하신 분들의 제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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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마다 제각각 장애등급, 장애인 두번 울려
등급판정에 양심적인 의사와 장애인 단체의 적극적인 관심 필요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6. 08.11. 19:55
지난 5월 26일 이경희 씨는 의사의 엉터리 소견서에 분통이 터져 의료사고 전문가인 신현호 변호사의 사이트에서 고충을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산재를 당해 수술 끝에 중증 장애인이 되었지만, 병원에서 장애 진단을 안 내주는데다가 의사 소견서마저 사실과 달라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한 이경희씨. 그 이유는 환자가 "병원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팔이 절단되어도 겨우 5급
의사의 엉터리 소견은 이경희 가족의 불행에서 그치지 않는다. 설령 장애 진단을 내준다고 해도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 서울역에서 만난 이가섭씨는 오른쪽 팔 관절까지 썩어 모두 절단해야 했지만, 장애 진단은 겨우 5급이다. 현행 장애등록기준으로 본다면 이가섭 씨의 장애등급은 2급이다.
반면, 어떤 소아마비 장애인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다리를 절 정도인데 장애가 2급이다. 6급이면 충분한 장애가 2급 중증 장애로 둔갑한 것. 이런 원인은 의사마다 장애를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장애 진단을 위한 의학적 기준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장애인들은 의사들이 장애 영역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이해를 못해도 그렇지 규정조차 지키지 못하는 장애 등급은 아무래도 심하다. 올바른 장애 등급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중증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혜택을 정당하게 받아야 하기 때문.
멀쩡한 사람을 정신지체로 판정내려
의사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의 사례는 실수가 아니라 무지의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8월 10일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서 활동하는 이문녕 씨는 자신의 친구 문제로 조언을 구했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친구가 정신지체 1급 판정을 받았다면서 어떻게 하면 이 판정을 무효화시킬 수 있냐고 질문했던 것.
뇌성마비는 그 특성상 발음을 하는데 필요한 턱이나 입술, 혀와 안면근육 계통의 운동장애로 인해 뚜렷한 발음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사는 이같은 언어장애를 지적 장애와 혼동하여 정신지체로 파악했던 것이다. 물론, 뇌성마비와 정신지체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정신지체 판정을 받음으로서, 이문녕 씨의 친구가 앞으로 겪을 사회적 제약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것은 재산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 민법상 부모가 사망하면 재산은 공평히 분배된다.
그러나 형제들 중 누가 재산에 눈이 멀면, 정신지체 판정을 받은 형제를 한정치산자로 청구하여(민법 9조), 자신을 후견인으로 신고함으로서 재산에 대한 법정 대리인 역할(민법 제 933조)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정대리인이 동사무소에서 정신지체로 판정받은 사람의 인감을 몰래 뗄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
실제 이문녕 씨 역시 재산권 박탈을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한정치산자란 민법에서 규정하는 무능력자로서, 심신이 박약하거나 재산을 낭비하여 가족의 생활을 궁빕하게 할 염려가 있는 사람이다.
여성의 모성권마저 박탈할 수 있어
여성 장애인의 경우에는 모성권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제 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근거하여, 정신지체가 아님에도 정신지체 판정을 받은 여성을 한정치산자로 청구하여 법적 대리인 역할을 맡은 가족이 강제로 낙태를 시켜버릴 수 있기 때문. 모자 보건법 제 14조는 현대판 장애여성 임신 금지법이다.
이처럼 뇌성마비와 정신지체를 구분하지 못하여,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권리을 제약시키는 의사의 주관적 판단. 뇌성마비 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심하거나,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정신지체 판정을 받은 사람이 숱하다는 건 웃을 수 없는 희극이다.
편견으로 얼룩진 의학적 진단
잘못된 진단의 첫번째 원인은 경제적 빈곤에 놓여있거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외모 및 옷차림이 비장애인인 의사가 보기엔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장애인은 사회화가 되지 못했거나 일시적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장애인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도 않은 채 가둬놓기만 했으니 그럴 수밖에. 즉, 편견에서 시작된 의학적 진단은 정신지체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끝난다.
이와 같다면,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엉터리 장애등급에서 이들도 피할 순 없다. 올해 초 20세가 되어 신체검사를 하러 간 김모씨는 IQ 검사에서 70 이하로 나와 군 면제를 받았다. 가족들은 김씨를 보다 전문적인 병원에 데리고 가 장애진단을 받고자 했다.
그 결과는? IQ 76. 정신지체 장애인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번 김포 장애인 정신지체 여성 성폭행 사건에서 드러낫듯이, 법원은 정신지체를 인정하지 않고, '심신 허약자'라고 규정했다.
분별력을 상실한 장애등급 기준
혹자는 의사를 멍청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사는 불성실하고, 편견에 가득 차 있었을 뿐 멍청하지는 않았다. 장애에 대해 애매모호한 기존의 의학 패러다임이나 장애등급 기준에 문제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반항을 '정신장애'로 판단하고 있는 게 현 실정.
뇌성마비에 대해서도 근육 강직 현상이 발생한다고만 가르쳐서, 근육 강직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근육병이라고 오진하곤 한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분별력을 상실한 장애등급 판정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끼치는 폐해에 있다.
잘못된 판정은 사회적 약자를 더 열악한 사회적 약자로 만들고 있다. 양심적인 의사와 장애인 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훈희 기자 bomp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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